칭찬은 짧게 ‘언행불일치’ 관련 쓴소리는 길게 ‘일침’
현안질문 던져놓고 “그렇게 하셨습니까?” 되묻는 식

“시장님은 12만 여주시민과 1천여 공직자의 대표로 말씀이 곧 법과 같고 약속이라 그 추진에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크게 크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설계와 계획 없이 무책임하게 시민에게 약속을 하다보면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시장님에게 있습니다. 한번 뱉은 약속은 주어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광범 시의원의 말말말

서광범 여주시의회 의원이 이항진 시장을 겨냥한 ‘말말말’이 회자되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여주시의회 제43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오늘 저의 시정 질문은 이항진 시장님의 말말말”이라며 시정 질문에 나섰다. 서 의원의 첫 발언은 이 시장에 대한 칭찬이었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잘하신 일은 남한강 하천수 사용료를 하이닉스로부터 23억원을 징수하고 매년 4억원의 사용료를 확보한 점”이라며 이 시장을 추겨 세웠다.

이어 “ 최초 초유면역물질 측정키트 개발로 대통령상 수상, 2019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과 1박2일 마을회관 소통투어를 위해 시민에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칭찬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서 의원의 칭찬은 머지않아 쓴 소리로 돌변했다. 그는 “이 시장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며 “시장님의 언행일치하지 못한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며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서 의원은 이날 강천쓰레기 발전소 허가 취소 건을 비롯해 하리재래시장 100억 매입설에 대한 내용까지 모두 8건에 대해 질문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어린이집 폐원지원금 문제와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임기제 공무원 부당채용에 관해서도 돌직구 발언을 이어갔다.

서 의원의 질문은 대부분 여주지역 민생현안과 직결된 내용이었다.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의원의 이른바 ‘준비된 질문’에 평소 말 잘하기로 소문난 이항진 시장도 쩔쩔 맸다는 후문이다. 그의 질문은 주로 현안문제를 던져 놓고 “그렇게 하셨습니까?”라고 되묻는 식이었다.

먼저 서 의원은 집단민원이 야기된 강천 SRF발전소와 관련해 시정 질문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강천 주민들과 언론인 앞에서 선포했던 강천쓰레기 발전소 허가 취소 건에 묻겠다”며 시장에게 “그렇게 하셨습니까”라고 질문했다. 시장의 약속대로 허가를 취소했느냐는 단도직입적인 물음이다.

이에 이항진 시장은 “(본인이)작년 말 시청 앞 광장에서 강천 SRF발전소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했다“며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지켜내기 위해 환경 및 발전시설에 대한 법률자문 등의 자료를 수집하는 등 만전을 기해 시민들의 뜻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을 두고 시의회 안팎에선 이항진 시장이 ‘허가 취소’ 입장에서 시민들의 뜻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로 한 발짝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시는 강천 SRF발전소 사업자 측과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 의원은 “결국은 (허가를)취소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시장이) 이행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언행불일치를 따져 물었고, 이에 이 시장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사실은 지금 상대(사업자 측)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저희가 이겨(승소)가는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서 의원은 최근 여주지역 최대 이슈로 부각된 임기제 공무원 부당채용에 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6급 공보전문관으로 채용된 A씨가 써낸 경력이 감사원 감사 결과 허위로 밝혀지면서 당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4명이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1~3개월) 조치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관변 안팎에선 부당채용에 대한 ‘윗선 지시’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시장의 지시가 ‘있었냐 없었냐’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임기제 공무원 A씨에 대한 채용을 비서실에서 지시한 사실이 있느냐”라고 물었고, 이항진 시장은 “그런적 없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러자 서 의원은 “1천여 공직자를 대표하고 여주시민을 대표하는 시장 입장에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시장에게 있다는 사과문을 발표할 의향이 있느냐”며 도의적인 책임에 대한 사과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이항진 시장은 “무조건 발표할 의향이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임기제 공무원 채용문제로) 공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진행된 김영자 부의장의 질문에는 ‘안타깝다’고 답변한 반면, 서 의원의 질문에는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명쾌한 사과는 아니었지만 공보전문관의 ‘인사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이끌어 낸 것은 서 의원이 되는 셈이다.

서 의원의 이항진 시장을 향한 말말말은 언행일치 지적으로 시작해 언행일치 충고로 끝이 났다. 그는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말은 신중하고 많이 들으라는 격언”이라며 “시장의 말씀은 여주시민과 공직자에게 약속이다. 남은 임기 동안 보다 신중한 언행과 행동을 부탁한다”고 충고했다.

서광범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의 초선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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