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들 “임대료 인하요구 사실상 거절당해”
착한 건물주 운동은 먼 나라 얘기… 대책위 구성 전면전 선포
이참에 그동안의 갑질 행태도 밝힌다?

“상황이 너무 어려워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터미널 측은 회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라며 세입자들의 고충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이른바 ‘건물주의 인색함’에 이천터미널 상가 임차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임대료 납부 거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세입자의 고충을 외면하는 건물주에 대한 항의 표시로 두 달째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겐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착한 건물주 운동’이 먼 나라 얘기로 들릴 뿐이다. 세입자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임대료 인하 요구뿐만 아니라 그동안 터미널 측의 ‘갑질행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임대료 인하 문제로 촉발된 ‘이천터미널발’ 갑과 을의 갈등이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천터미널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입자들은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상가도 주차장도 텅비어 있는 이천버스터미널.
코로나19 여파로 이천터미널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입자들은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며 아우성이다. 상가도 주차장도 텅비어 있는 이천버스터미널.

버스배차 대폭 축소 ‘엎친데 덮쳐’… 터미널 상가 직격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중교통 이용 자제’로 버스이용객이 줄어든 이천터미널 상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5일 임차인들에 따르면 매출이 많게는 80% 가량 급감해 직원 인건비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버스회사에서 배차를 90% 가까이 줄이면서 본격화 됐다. 임차인들은 어떻게든 버텨보자고 발버둥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방법이 없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견디다 못해 지난 2월 터미널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딱히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터미널 측이 자신들의 임대료 인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고 판단하고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임대료 납부 거부 투쟁이 그것이다.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는 임차인들은 현재 2개월 치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있다. 터미널 상가에서 임대료 납부를 거부하는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임차인들은 “용인공영버스터미널은 입점한 상인들에게 임대료의 50%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착한 임대 협약까지 체결하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헤아려 주고 있는데 반해 이천터미널은 관리비조차 깎아 주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터미널 측 관계자는 2일 “본사 측에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임대료를 깎아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아직 확실한 답변이 없다”며 “저희도 매출이 2/3가 줄고 상인들께서 임대료 깎아 달라며 두 달 동안 임대료를 안 내주셔서 타격이 심하다”고 말했다.

터미널 상가에는 40여개의 점포가 운영 중이다. 이들에게 최근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착한 건물주 운동’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릴 뿐이다. 임차인들은 대책위를 꾸려 임대료 인하 요구에 이어 터미널 측의 갑질행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 임차인은 “건물주 측이 상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할 경우 경기도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에 임대료 조정을 신청하는 한편 피켓을 들고 이천시청 앞 등 길거리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혀 세입자들의 대대적인 실력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입자들은 그동안 건물주의 갑질 행태에 대해서도 밝히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천터미널발 임대료 문제로 촉발된 갑과 을의 갈등은 향후 폭로전에 이은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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