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전철 타당성 조사~2016년 9월 개통 3년째
경강선라인 3개 지자체의 역세권개발 현장은 지금

[서희신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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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역세권개발' 무엇이 문제인가?

한때 복선전철은 이천시민의 염원이었다. 개통되면 서울생활권이 된다는 의미가 컸다. 전철은 엄청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추진 당시 과연 전철이 들어올까 반신반의 했다. 그토록 어렵게 느껴졌던 복선전철 사업이 2002년 기본계획 수립과 함께 본격 추진됐다. 그리고 2007년 착공한 뒤 9년 만인 2016년 9월 개통과 더불어 전철시대의 막이 올랐다.

약 2조원이 투입됐다. 1998년 타당성조사를 거쳐 개통에 이르기까지 자그마치 18년 세월이 걸렸다. 시민들의 생각은 전철이 개통되면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역사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들이 꽉 찰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로 전철 개통 3년째. 이천지역 전철역사 주변은 아직도 조용하다. ‘전원형 역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야산이나 들판 한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다.

역 주변에 ‘역세권 개발 공사현장’ 표지판이 붙은 광주와 여주에 한참 비교된다. “이제 시작되겠구나”라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역세권 개발이 한창인 인근 지자체를 보면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해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담판뉴스’ 서희신문이 짚어봤다.  [편집자주]

여주역세권 지난해 3월 착공, 2021년 준공 예정

광주역세권 2017년 12월 착공, 올해 준공 예정

이천역세권 개발 추진 10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

이천시는 성남~여주 간 복선전철 구간에 3개(신둔, 이천, 부발)의 역사가 위치해 있다. 역사가 들어선 곳은 이천의 다른 지역에 비해 위치상 개발 잠재력이 풍부하다.

신둔역은 인근에 도자예술촌(예스파크)과 한국관광대학, 주소지는 광주지만 생활권이 이천과 가까운 동원대학 등이 자리해 있다. 이천역은 행정타운과 중리택지지구가 인접하고 시내와 멀지 않아 무한 발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부발역은 인근에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가 위치해 있고, 대규모 상권과 아파트가 운집한 주거 밀집 지역 인근에 자리해 있다. 이천시는 이들 3개 역사의 지리적 특성을 살린 ‘역세권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난 2010년 ‘특정개발진흥지구 지정’과 함께 본격 추진된 역세권개발 사업은 벌써 10년 세월을 맞고 있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3개 역사 모두 이른바 ‘논두렁’ 한 가운데 나홀로 전철역사만 들어서 있을 뿐이다.

▲ 여주 역세권 개발사업은 지난해 3월 착공했다.
▲ 여주 역세권 개발사업은 지난해 3월 착공했다.
▲광주 역세권개발은 2017년 착공했다. 올해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광주 역세권개발은 2017년 착공했다. 올해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이천역을 포함한 경강선 이천구간에 위치한 3개 역사는 아직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이천역을 포함한 경강선 이천구간에 위치한 3개 역사는 아직도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이천시민들은 성남~여주 복선전철이 지나는 이웃 지자체의 역세권개발 현장을 부러워하며 이천의 현실과 비교한다. 여주는 여주역 주변 47만4000㎡ 면적에 2257세대 6092명 인구를 수용하는 '여주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을 작년 3월 착공했다.

오는 2021년 준공 예정인 가운데 상반기 중 역세권 구역 내 아파트도 분양한다고 한다. 남한강 등의 자연 인프라를 토대로 하이닉스가 위치한 이천과 인근 지자체의 배후도시 전략을 세웠다.

여주시는 경강선 개통을 대비해 2014년부터 여주·능서 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을 서둘렀다. 인근 시군 보다 한 발 먼저 움직여야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광주시를 보자. 광주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수식어를 붙인 광주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2017년 12월 첫 삽을 떴다. 49만5천747㎡ 규모로 광주시와 경기도시공사 등이 공동으로 추진, 올해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공동주택용지에는 분양아파트 1천42가구, 임대아파트(따복하우스) 500가구를 조성하고 상업 및 산업시설용지에는 대규모 쇼핑몰과 지식산업센터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도시개발 규모는 여주(47만4000㎡)와 비슷하다.

2017년 12월 광주 송정·곤지암, 여주능서역세권

도시계획 심의 통과 경강선 라인에 이천만 빠져

이천 제외한 모든 역사 주변 개발 여건 갖춘 셈

이뿐만이 아니다. 경강선 구간의 이미 공사 중에 있는 역세권을 제외한 나머지 역세권 개발에 대해서도 광주와 여주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경기도는 광주 송정·곤지암, 여주 능서역세권 등 경기동부권 3개 역사의 도시개발사업 계획이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에서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경강선 라인에 이천만 빠져있는 것이다. 결국 성남~여주 복선전철 구간에 이천을 제외한 모든 역세권에 개발이 이뤄지고 있거나 개발 여건을 갖추게 된 셈이다.

이웃 지자체의 역세권 개발현장을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이천시민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다른 지역이 부럽다 못해 자존심까지 상한다.” “차려준 밥상도 못 찾아 먹는 거 아니냐?” “이천 역세권개발이 되기는 되는 것이냐”며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나홀로 역세권 탈출은 언제?

이천은 3개 역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 신둔역 36만㎡, 이천역 58만㎡, 부발역 110만㎡ 등 모두 204만㎡(62만평) 규모의 ‘신도시급’으로 이천의 지도를 바꾸려 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결국 그것이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시는 역세권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010년부터 경기도 도시계획심의 등 오랜 기간 행정절차를 밟아왔으나 도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천지역 3개 역세권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2014년 경기도에서 부결된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역세권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시행자가 없었다. 도에서는 사업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수요)과 시행자가 있어야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승인해 준다는 논리를 폈었다”고 말했다.

이천시가 도에 신청한 역세권 사업에 대한 규모 대비 수요가 정확치 않은데다 사업 진행할 시행자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결국 전체적인 개발이 힘들겠다고 판단한 시는 부결 이후 민간개발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LH가 부발역세권 공영개발(수용)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해당지역 지주들의 강한 반발로 현재 보류돼 있는 상태다. 지주들은 10년 세월을 재산권 행사조차 못하고 기다려왔는데 이제 와서 공영개발은 인정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역세권 일부 구간에 지주공동개발 등 민간개발 제안이 있었으나 아파트 시행 시 공원과 학교,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갖춰야 하는 탓에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았다. 소규모 개발은 사실상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부발 역세권의 경우 현재 주민들이 민간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사업제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냥 기다려 줄 수 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간개발이 어려울 경우 이천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계획이다.

이천 역세권의 경우는 현재 당초 면적(58만㎡) 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규모로 민간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조건부 의결로 최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역세권 개발은 올해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하반기쯤 개발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역세권 개발에 대한 도시계획은 전철개통 이전부터 완료돼 있어야 한다. 개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 역시 개통 이전에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천시는 ‘나홀로 역세권’ 탈출을 위해 발등에 불 떨어진 모양새다.

역세권 개발공사로 활기를 띤 광주‧여주는 웃고, 아직도 제대로 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이천은 울고, 이것이 경강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2019년 1월 이천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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