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예결특위심사 중 의장과 부의장 '설전'
안경 벗어던지고, 고성오가자 공무원들 '퇴장'

“시민의 혈세를 믿고 맡겨도 될지 의문입니다.” 최근 여주시의회에서 의원 간 막말에 가까운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진 뒤 나온 시민들의 반응이다.

그것도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담보돼야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시민의 혈세를 다루는 일인 만큼 보다 발전적인 심의를 위한 과정에서 의원 간의 의견충돌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은 그런 차원이 아닌 본질을 벗어난 의견 대립에 의한 ‘다툼’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무대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린 지난 27일 오후 여주시의회 소회의실로 옮겨보자. 특위는 의장을 제외한 6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됐고, 위원장은 최종미 의원이 맡았다.

의회 직원과 해당 공무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예산결산심의가 진행됐다. 유필선 의장도 중간 중간 자리를 함께해 질문도 하고 발언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된다. A의원이 의장을 향해 “질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김영자 부의장도 의장의 발언과 질문을 문제 삼는다.

김 부의장은 ‘아무리 출석권이 있다 하더라도 의장의 발언과 질문으로 인해 특위 심사가 늦어질 수 있으니, 계속 발언을 할 거면 의장이 아니라 일반 의원 자격으로 참석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유 의장은 법적으로 허용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피며 김 부의장과 설전을 이어나갔다.

특위에서 부결된 사항을 의장의 직권상정 등으로 통과시킨 부분도 다툼의 빌미가 됐다. 김 부의장은 “역대 이런 일이 없었다”며 “특위 사항을 존중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유필선 의장은 안경까지 벗어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설전은 시의회가 떠나갈 정도였고, 급기야 공무원들이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설전 덕분에 회의는 약 20분간 지연됐으며, 특위 심사는 이날 밤 10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고 한다. 유필선 의장은 초선의원이고, 김영자 부의장은 3선 의원이다. 

이것이 ‘시민과 소통하고 혁신하는 시의회가 되겠다’는 여주시의회의 현주소다.

이유야 어찌됐든 신성한 시의회에서, 그것도 추경예산 등 예산결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의원 간의 고성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의 결정이 존중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주사회를 위해 의원들 간 머리를 맞대고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에 '불협화음'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이렇게 시의회를 대표하는 의장과 부의장의 갈등이 알음알음 공직사회 안팎에 퍼지자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 간 다툼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회의장을 빠져나간다는 게 말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 곳곳에서 ‘이런 꼴을 보려고 투표를 했나’ 싶을 정도로 후회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선 법과 관행의 이해충돌에서 빚어진 촌극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위 파악과 함께 대책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아무 일 없듯 어영부영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지적에서다. 이번만큼은 ‘무엇이 문제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불신의 벽을 넘어 존중받는 여주시의회로 거듭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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