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원안 가결됐다. 혹시 했지만 역시였다. 의원들은 분과위원장은 분과위원회에서 호선하기로 돼 있는 현행 이천시 도시계획 조례를 제1분과위원장은 시청 담당국장이 맡도록 개정했다. 23일 열린 제201회 이천시의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서다.

제1분과 위원회는 A의장의 관고동 산지에 대한 사전심사를 다뤘던 것처럼 주로 개발행위허가를 자문한다. 그런 자리에 공무원(담당국장)이 위원장을 맡게 됐으니 시의회 의장으로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압력행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의장은 이미 사전심사를 신청해 놓고 도시계획 심의위원들의 연락처까지 알아봤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집행부 측은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며 ‘담당국장의 분과위원장 당연직’을 적극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

조례발의 당시 A의장은 담당국장 당연직과 함께 시의회에서 도시계획심의위원 2명을 추천 할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했으나 “위원 추천은 시장의 권한을 침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해당부서의 반대로 무산됐다.

전문성과 공정함이 담보돼야 할 심의위원회까지 ‘간섭하겠다’는 A의장의 속내가 훤히 읽혀지는 대목이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앞서 A의장은 부인 명의로 관고동 산지에 대한 개발행위허가가 취소되자 행정심판과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으나 모두 패소‧기각됐다.

허가기간 만료에 의한 이천시의 적법한 행정절차를 인정하지 않은 그는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허가기간이 지났다 해서 바로 취소하는 경우는 없는데 선출직 공직자라서 이천시가 민감하게 보고 허가를 취소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소송을 제기할 게 아니라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맞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행정집행의 옳고 그름을 가렸어야 했다.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의장이라는 사람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A의장은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을 무렵 ‘산지의 경사도 완화’와 관련된 조례개정을 추진했지만 자신의 산지개발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철회했다. 이후 이천시에 사전심사를 신청했으나 역시 여의치 않은 결과를 받아들었다.

만약 사전심사 당시 분과위원장이 시청 담당국장이었거나, 시의회에서 추천한 심의위원이 참여하고 있었다면 A의장은 어떻게 했을까? 최소한 심의위원 연락처 확보하려다 공무원에게 망신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하면서 흐뭇해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가결된 조례개정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박수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는데 ‘오얏나무 밑에서 오얏나무를 다 가져가려고 한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더 황당한 것은 A의장이 이번 조례안 발의자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김학원 부의장이 대표발의 했고 조인희, 서학원, 심의래, 김일중 의원이 발의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 조례안에 대한 집행부 측과의 ‘안건내용 조율’은 대부분 A의장이 했다고 한다.

‘대리발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무엇이 두려워 자신은 뒤로 숨고 동료의원들을 앞세웠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발의에 동참한 시의원들에게도 묻고 싶다. 이번 조례안이 통과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고 동참했는지 말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지 뭐.” “재산도 많은 분이 왜 그렇게 목을 매는지 모르겠어.” “말도 마세요. 징글징글합니다.” ‘관고동 인허가 스캔들’의 주인공 A의장을 향한 일선 공무원들의 걱정어린 하소연이다.

조례통과로 소정의 목적을 달성한 A의장에 대한 ‘관고동 인허가 스캔들 시즌2’를 걱정하는 이천시청 공무원들의 하소연에서 그동안 ‘관고동 인허가’를 둘러싸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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