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토종 알짜기업
시민들 지역경제 침체 우려

또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전설’이 나돌던 이천의 ‘토종기업’ 현대엘리베이터가 충북 충주시로 이전을 결정했다. 12년 연속 국내 승강기 설치 1위 기업 현대엘리베이터는 연매출 약 2조원에 임직원이 2,300여명에 달하는 알짜회사다. 이천관내 협력업체 수만도 4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역경제 침체가 우려된다. 이와 함께 용인을 택한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 실패에 이은 토종기업 ‘사수 실패’로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현대엘리베이터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전경

이천 울고 vs 충주 웃고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천에 있는 본사와 공장을 충북 충주시 제5산업단지로 이전한다. 현재의 이천부지는 SK하이닉스에서 매입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전 결정 배경은 협소한 부지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공장 노후화, 물류창고 분리 운영에 따른 비효율성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300억여원을 들여 사들인 충주 산업단지 15만614㎡(4만5561평) 부지에 조성될 신 공장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된다고 한다. 

이에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월 회사를 방문한 엄태준 시장에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에서 결정을 하면 이천시에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엄 시장은 “경기도와 중앙정부를 설득해서 공장증설이 가능하도록 할 테니 이천시를 믿고 함께 해 주시기를 당부했다”고 전했었다.

이런 대화가 오간지 한 달 여 만에 충주이전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전설이 나돌던 지난 3월부터 ‘또 떠나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은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토종기업 사수를 위해 이천시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있는 기업도 지키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주민 유모(46)씨는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결정 이후 하이닉스 주변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현대엘리베이터 이전 소식까지 겹치면 급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천에 본사를 둔 현대엘리베이터는 1984년 공장을 설립한 이천의 토종기업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장병우 대표이사는 충주 이전에 대한 언론 인터뷰에서 “충청북도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이 씁쓸한 현실에 ‘안방기업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시민들의 원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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