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천이 너무 시끄럽다. ‘시민이 주인인 이천’ 엄태준호가 항해 중 태풍을 만나 허우적대기 시작한 느낌이다. 진원지는 집단 민원이 야기된 부악근린공원 민간개발특례 사업과 구만리뜰 도시공원 추진 문제다. 먼저 부악공원 특례사업 진행 과정을 보면 이천시가 시민 편인지, 업자 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양정은 공원이 해제되면 그 자리에 체육관과 도서관 등을 건립하려 했다. 그런데 시는 그 땅을 포함한 부악공원 일원에 아파트와 공원조성이 가능한 민간특례사업을 허용했다. 양정은 반발했다. 당초 계획 무산과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서다.

더구나 양정법인 토지가 8,000평 가까이 포함돼 있는데도 이천시나 업체 측은 단 한 차례조차 협의를 구하지 않았다. 공청회도 열렸고, 심의도 열렸지만 정작 땅주인에겐 아무 얘기도 없었다. 양정 동문회 측은 ‘공권력을 앞세운 횡포’로 규정하고 사업 백지화 투쟁을 선포했다.

이런 상황에 엄태준 시장의 이른바 ‘축사거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겪이 됐다. 지난달 27일 행사 축하와 함께 축사를 위해 양정 총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한 엄 시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행사장 입장을 거부하고 부끄러운 발걸음을 돌렸다. ‘옹졸한 시장’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양정 동문회는 엄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어이없는 일은 또 있다. 부악공원 특례사업을 둘러싼 이천시 항의 방문 등 양정학교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뒤 늦게 비대위 측 관계자와 만남을 요청했다. 정작 만나야 할 대상은 학교 측인데도 시는 실력행사에 나선 사람들을 시청으로 불러들였다. 학교 측 입장을 헤아려주기 보단 집회가 두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이천시가 누구 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거다.

이와 함께 구만리뜰도 들썩인다. 이천시가 구만리뜰에 주차장과 광장, 공원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나서다. 엄 시장의 공약사항에도 없던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에 해당 토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개발이 불가능한 ‘농업진흥지역’ 굴레를 벗어난 지 3년 만에 강제수용 당할 처지에 놓인 탓이다.

사유재산권 논란도 문제지만, 덮어놓고 도시관리계획부터 발표한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 아쉽다. 시내엔 설봉공원과 온천공원이 있고, 구만리뜰과 인접해 복하천 수변공원과 효양공원이 자리해 있다. 지금껏 이천에서 공원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주차장 문제는 최근 예산이 확보된 남천공원 지하 주차장과 공설운동장 주차장, 학교 운동장 주차장 활용계획까지 세우고 있으니, 이만하면 시가지 주차난은 일정부분 해소될 공산이 크다. 

구만리뜰은 이천시민들에게 평화로운 자연환경을 제공하며 도심에 꼭 필요한 ‘완충녹지’ 성격의 늘푸른 공간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런데 만약 10만평이 넘는 들녘환경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다고 생각해보자. 삭막함 그 자체일 것이다. 돈으로 만든 인위적인 개발은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신중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엄태준 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의 편에 서서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시민의 아픔을 달래주며, 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일련의 행보를 보면 과연 그렇게 하고 있을까 의문스럽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만나도 소용이 없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혹 시에서 법 허용하에 ‘대를 위해 소가 희생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면, 당장 그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험한 발상이다.

엄 시장은 늘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데 시민들은 조금씩 불통의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더 지나치면 관료시장 보다 더 관료시장답다는 수식어가 따라 붙을지도 모른다. 똑 부러지게 OX를 가려줄 줄 아는 진정한 非 관료시장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공무원이 진취적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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