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졸속행정 앞에 스승의 날을 맞아
감히 이 글을 쓴다”

양정여고 교사 김지일
양정여고 교사 김지일

갑자기 이천양정여고 뒷산에 공원과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학교 주변에 공원이 생기면 ‘학생들에게 유익한 환경이 만들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도대체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되었을까? 그리고 진정으로 주민과 학생들을 위해 의미 있고, 안전한 공원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일몰제는 20년 이상 집행되지 않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도시계획시설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분류하여 도시계획 사업을 해제 또는 폐지하는 제도적 장치로 들었다. 이러한 도시계획시설의 일몰제 시한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천시도 부악공원 일원에 아파트와 공원 조성이 가능한 민간 특례 사업을 허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개발에는 토지 소유주와의 대화도 없고, 학교 교육과의 상생도 없고, 시민과의 소통도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이천시의 부악공원 개발 허용을 살펴보면 일몰제 법령과 지방자치제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명분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세 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우선, 개인의 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일몰제가 시행된 것인데, 이번 민간 특례 사업 허용에 정작 20년 동안 재산권을 침해당한 토지 소유주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파트와 공원을 조성함에 있어 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고, 세번째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깊은 학교 측이나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민간업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방식의 개발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당초 이 부지에 8,000평 가까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 양정학원은 부악공원이 해제되면 중·장기적 계획으로 낡은 기숙사를 대체하고, 기숙사와 체육관 그리고 도서관 등을 건립하려 했다. 그런데 시는 그 땅을 포함한 부악공원 일원에 아파트와 공원을 조성하는데 가능한 민간 특례 사업을 허용했다.

문제는 이천시나 업체 측이 단 한 차례도 양정학원 측과 협의를 구하지 않았으며 공청회와 심의가 열렸지만 토지 소유주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히 공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재산권을 억압하는 행위로써 ‘일몰제’를 제정하게 된 취지에도 어긋나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는 ‘공권력의 횡포’인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발표한 2017년 국회 보고서에 따르면 7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ㆍ추행, 절도, 폭력, 마약, 방화)가 연간 5건 이상 발생한 ‘위험한 공원’이 전국에 5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도심공원이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천시는 여자 중·고등학교가 지척에 있는 곳 그것도 여학교 기숙사와 맞닿아 있는 곳에 범죄 발생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도심공원을 조성한다고 하고 있다. 이천시의 이러한 시 행정은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개발에만 관심이 있는 시정, 교육을 무시하고 미래 세대에 대한 질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투자하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 시정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정말 공익을 위한 공원개발인지 이천시에 묻고 싶다. 이천시와 이천시장은 일부 시민들이 반대하고, 토지 소유주가 반대하고, 이천양정총동문화와 이천양정학부모회 그리고 학교 운영위원회가 반대하는 등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육자로서 이천양정여고 교사로서 제자들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졸속행정 앞에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감히 이 글을 써본다.

지금이라도 이천시는 민간업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방식의 부악공원 개발 허용을 즉시 백지화하고, 토지 소유주와 교육 당사자 그리고 시민들과 진솔하고 민주적인 논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 나가기를 바란다.

이천양정여고 교사 김지일

저작권자 © 서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