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공사현장의 흙탕물 ‘완장천 위협’
농업용수 사용못해 중암리 ‘농민들 울상’
1급수 서식 가재 등 물고기 “다 죽을 판”

“골프장 공사장에서 흘러나오는 흙탕물로 올해 농사를 망치게 생겼습니다. 천혜 1급수를 자랑하는 계곡과 하천의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행정관청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입던 말 던 상관없다는 얘깁니까. 도대체 여주시는 주민편입니까. 업자편입니까?”

▲ 중암리 마을 주민들이 벼 이삭이 피기 시작한 요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해주기 위해 완장천 일원에 양수기 수십대를 설치해 놓고 있으나, 골프장 공사로 인한 흙탕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중암리 마을 주민들이 벼 이삭이 피기 시작한 요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해주기 위해 완장천 일원에 양수기 수십대를 설치해 놓고 있으나, 골프장 공사로 인한 흙탕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생명수나 다름없는 완장천을 이렇게 망가뜨려 놓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여주시는 법도 없습니까?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겁니까? 이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여주시 북내면 중암1리 주민들이 열 받았다. 주민의 생존권과 천혜 자연환경을 사수하기 위해 흙탕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완장천의 하천수를 뽑아 올려 농사를 짓고 있는 이 마을 주민들은 13일 “한 대기업의 골프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완장천이 흙탕물로 범벅이 돼버렸다”며 “이로 인해 벼 이삭이 피는 중요한 시기에 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완장천의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중암2리 산110 일원 102만여㎡ 부지에는 18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착공한 이 골프장은 좁아터진 마을도로를 공사장 진출입도로로 사용, 주민들의 통행불편에 따른 집단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박영수 이장은 “흙탕물은 병충해에 취약해 논과 밭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주민들은 완장천에 양수기를 수십대씩 배치해 놓고 흙탕물이 없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흙탕물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장은 이어 “대규모 골프장 공사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골프장 측이나 행정관청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힘없는 주민이라서 무시당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벼 이삭이 피고 영그는 9월초까지는 논에 꾸준하게 용수를 공급해야 하지만 흙탕물은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골프장 공사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중암1리 일대 200마지기 논에는 흙탕물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흙탕물과 토사 유입은 맑고 깨끗하기로 소문난 완장천의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주민은 “완장천에는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가재를 비롯해 붕어와 미꾸라지 등 여러 종의 물고기들이 살았지만 이미 다 죽었을지 모른다”며 “특히 골프장 조성 이후 농약 사용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더욱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민원을 접한 여주시는 13일 완장천을 방문해 하천수의 시료를 채취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흙탕물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골프장 공사장의 침사지 관리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한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통해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둘러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K리조트가 시행하고 있는 중암리 골프장은 국내 굴지의 한 건설사가 공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문화재 표본조사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진입도로 부분에 위치한 임야와 석축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말썽을 빚고 있다. ▶신음하는 완장천, 골프장에서 무슨 일이 기사는 다음호에 계속

▲ 천혜 1급수를 자랑하는 완장천이 흙탕물로 변해 있다. 주민들은 물 공급이 절실한 이때 흙탕물이 범벅이 된 하천수를 보며 망연자실해 있다.
▲ 고추작물에 뿌려진 흙탕물. 고추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기 위해 양수기로 끌어 올린 하천수가 흙탕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 고추작물에 뿌려진 흙탕물. 고추 밭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주기 위해 양수기로 끌어 올린 하천수가 흙탕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 북내면 중암리 K리조트 골프장 공사현장에 설치된 침사조. 이 침사조에 고인 흙탕물이 중암2리 계곡을 타고 내려와 완장천 본류에 합류돼 하천 상태계를 파괴 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북내면 중암리 K리조트 골프장 공사현장에 설치된 침사조. 이 침사조에 고인 흙탕물이 중암2리 계곡을 타고 내려와 완장천 본류에 합류돼 하천 상태계를 파괴 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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