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발령 하루 만에 단체장들 있는데서 ‘욕설봉변’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한 인사 ‘또 다른 논란’ 지펴

여주시 공직사회가 이른바 ‘욕설파문’에 휩싸였다. 한 면장이 민원인들이 보는 앞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이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면서다. 이 같은 사태를 파악한 여주시는 서둘러 피해 여직원을 다른 곳으로 전보조치 했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전보 조치한 것도 문제지만 피해 직원과 부서를 맞바꾸게 된 또 다른 직원의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연초부터 불거진 면장의 욕설파문은 ‘부하직원 인권무시’ ‘상사의 갑질 논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여주시 감사부서는 조사에 착수했다.

부하직원 ‘인권무시’ 발언 논란

A면장은 지난 1일자 여주시 인사발령을 통해 B면사무소 면장으로 부임했다. 2일 취임식을 가진 A면장은 관내 단체장들과 점심식사 후 뒤풀이 하는 자리에서 여직원인 C팀장에게 “야 XX아 음료수 좀 가져와”라며 욕설 섞인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C팀장 역시 A면장과 같은 날 B면사무소로 발령받았다. 이 일이 있은 다음 날 A면장은 C팀장에게 자신의 욕설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를 전해들은 C팀장의 남편 D팀장이 시 인사부서에 강력한 항의를 하고 나서다.

이후 시는 욕설논란을 일으킨 A면장과 C팀장이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피해자 보호차원에서 C팀장을 지난 7일 자로 전보 조치했다. 다른 면사무소에서 멀쩡하게 근무하고 있는 한 여성팀장과 서로 맞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피해자인 C팀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리를 옮겨주었다고 하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정작 전보조치 해야 할 사람은 A면장”이라며 “아무리 피해자가 원했다 하더라도 가해자를 인사조치 한 것은 크게 잘못됐다”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욕설파문으로 촉발된 인사조치 논란은 다른 면으로 옮겨 붙었다. 정기인사가 끝난 지 며칠도 채 안 된 상황에서 느닷없이 인사 조치 명단에 오른 다른 여성팀장이 지인들에게 억울한 입장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잘못해서 B면으로 전보조치 된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8일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해당 면의 몇몇 이장들도 이번 인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면장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특별한 의논도 없이 갑작스럽게 직원을 보낸다는 것은 자신들의 면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다.

공직사회 안팎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저속한 표현을 쓴 사무관의 평소 인격이 의심스럽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이 문제가 보도되면 피해자인 C팀장은 더 힘들어 진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하직원의 인권을 무시한 발언이다” 등의 여론이 그것이다.

A면장과 C팀장은 각각 부부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인사발령 하루 만에 터진 A면장의 욕설발언은 ‘상사의 갑질논란’으로 비화되며 여주사회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 감사부서는 A면장의 발언을 둘러싼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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