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홀 대중골프장, 인근업체 악취발생에 ‘죽을 맛’
캐디들, “더는 못참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검토
환경단체, “악취포집 장치 설치해 수시 측정해야”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코끝을 찌르는 악취를 맡고 일합니다. 두통을 유발하기 일쑤입니다. 정말이지 우리는 냄새 없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깨끗한 공기 마시며 일하고 싶은 저희들의 작은 소망이 욕심일까요? 도와주세요, 우리도 사람입니다.”

이천시 율면 S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들의 하소연이다. 그동안 참을 만큼 참아 왔다며 ‘냄새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이들은 “신성해야할 일터가 온종일 악취 고통에 시달리는 ‘극혐일터’로 전락했다”며 “이제 더 이상은 참고 일 할 자신이 없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골프장 바로 옆에는 과거 음식물처리시설로 운영되던 폐기물 종합재활용시설(유기성 오니류, 동식물잔재물, 음식물류)과 5000두 규모를 사육하는 대규모 돈사가 자리해 있다. 이들 업체가 극심한 악취발생의 주범이라는 게 캐디들의 주장이다.

캐디들은 “(악취발생 업체가) 악취배출시설로 지정되면 좀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악취발생은 여전하다”며 “우리들이 겪고 있는 생계형 일터의 고통을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도 올려 간절히 호소해볼 생각”이라며 집단민원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는 “돈사의 경우는 현재 냄새 저감을 위해 신규 시설 교체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공장(폐기물처리시설)도 환경부 지원금과 자부담을 들여 기존시설 교체작업과 추가적인 시설을 할 것”이라며 “(이외에도) 냄새를 저감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악취에 날마다 ‘스트레스’… 캐디들 “그만둘까도 고민”

지난 2013년 개장한 27홀 규모의 S골프장에는 90명 이상의 캐디가 근무하고 있다. 이중 약 70~80%는 매일 아침 5시 출근해 밤 8시까지 약 15시간 동안 일한다. 캐디와 직원 등 60명은 악취 발생 업체와 약 300여미터 떨어진 골프장내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는 낮 골프장 근무는 물론 편안해야할 잠자리까지 24시간 악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작금의 현실을 한탄했다. “솔직히 매일 같이 짜증나고 힘들어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일하고 있지만, 이 냄새를 맡으며 언제까지 일을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골프장 개장 당시부터 근무하고 있다는 캐디 A씨는 “하루 2~3시간 빼곤 머리가 아플 정도로 고약한 악취가 풍긴다. 이 때문에 그만둔 친구도 있는데, 악취 피해는 우리뿐만 아니라 골프장을 찾는 손님들도 똑 같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연 이용객 20만명 골프장 ‘악취로 골머리’

실제 구토증상을 보이거나 두통약을 찾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악취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골프장 측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악취홀’로 불리는 곳은 이 골프장 실크코스 1~2번 홀과 7~9홀로 알려졌다. 돈사와 폐기물처리시설과 인접한 구간이다.

S골프장 한 관계자는 “냄새를 이유로 라운딩 중간에 빠져나간 손님도 있고, 연부킹 해약사례도 빈번했다”며 “이보다 더 속상한 건 ‘기분 좋게 이천으로 운동하러 왔는데 쓰레기 X냄새를 맡아야 하느냐’며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는 고객들의 악담”이라고 설명했다.

24일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 골프장엔 하루 평균 600명 안팎의 골퍼들이 다녀간다. 1년 기준으로 보면 약 2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며,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는 손님들이다. 골프장은 영업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관광객 유치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골프장 안팎에서 제기된 악취 민원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는 격’이라며 골프장이 들어서기 이전부터 위치해 있던 음식물처리시설을 옹호하는 일부 여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골프장 개장 10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도 냄새가 잡히질 않자 악취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업체, 악취배출시설 지정… 市 “위반 시 행정처분”

이천시는 지난 2019년 10월 악취발생 주범으로 꼽힌 해당업체에 대해 ‘신고대상 악취배출시설’로 지정했다. ‘악취방지법’에 따라 악취 관련 민원이 1년 이상 지속되고, 법적 허용 기준을 3회 이상 초과한 것이 확인 된 것이다.

악취배출시설 지정 이후 허용기준치 이상의 악취가 발행하면 1차는 개선명령, 2차는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는다. 아울러 폐기물관리법 위반에 따른 고발조치 대상이 된다. 업체 측은 현재 악취 방지 등을 위한 시설 개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시 관계자는 “현재 돈사는 현대화 사업이 진행 중이며, 폐기물처리시설은 환경부로부터 시설개선지원금과 자부담 등 총 16억원을 들여 시설 개선을 마무리한 뒤 사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악취 민원이 접수되면 포집을 통해 위반사항 발생 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1년 내내 풍기는 악취로 근무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정도라면, 냄새를 수시 측정할 수 있는 악취포집 장치를 사업장 인근에 상시 배치해 업체들이 악취 저감에 노력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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