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브리핑 2시간 전 돌연 취소
취소 사유 묻자 시 "잘 모른다"
엄 前시장 기자회견부터 보자?
"지금 중요한건 단체장의 소신"

[서희신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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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리천 복원사업'과 관련해 개최하기로 한 기자회견 형태의 '정책브리핑'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예정된 시간에 임박해 돌연 취소한 것이 뒷말을 남기면서다. 시가 기자들의 반발과 행정의 신뢰도 저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랬다저랬다' 한 배경이 무엇일까. 일각에선 "행정의 소신보다는 정무적인 판단에 무게를 둔 눈치행정의 전형 아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이천시의 기자브리핑 취소당일 엄태준 전 시장은 중리천 복원사업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돌연 취소는 논란 부추긴 꼴
엄 前시장 "분명한 입장 밝혀라" 요청

28일 이천시와 서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최근 백지화설까지 나돌았던 중리천 복원사업에 대한 정책브리핑을 지난 26일 오전 9시 시청 브리핑실에서 열기로 했으나 예정시간 2시간 전인 이날 오전 7시쯤 돌연 취소했다.

브리핑 일정을 알린지 13시간만의 번복이다. 이후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취소 사유에 쏠려 있었지만 시 브리핑 관련부서는 "죄송하다"고만 할뿐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취소사유에 대한 기자의 계속된 질문에도 "우리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와 반면에 SNS를 통해 중리천 복원사업의 계속 추진을 주장해왔던 엄 전 시장은 같은 날 오전 10시께 기자들에게 '긴급 기자회견'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날 오전 11시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천시의 기자브리핑이 취소되자마자 엄 전 시장의 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엄 전 시장은 이날 급히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서희신문 보도(8월 19일‧25일자)를 언급하며 "참 이상한 것은 중리천 복원사업에 대한 이천시의 입장이 분명하지가 않다는 것"이라며 "김경희 시장은 이천시민들께서 간절히 바라고 시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중리천 복원사업을 당초의 계획대로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리천 복원사업을 위한 전담팀을 없애고 팀장을 다른 부서로 보냈으며, 이천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중리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는지에 따라 사업의 진행 정도 및 결과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엄 전 시장은 기자회견 전날인 지난 25일 오전 이천시에 중리천 복원사업 관련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시청 4층 브리핑실 사용을 요청했고, 시는 이 과정에서 엄 전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과 일정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시는 서둘러 이천시정책브리핑 일정을 잡은 뒤 이날 오후 5시 50분께 기자들에게 참석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엄 전 시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중리천 복원사업에 관한 시의 입장을 먼저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는 명확한 입장도 없이 정책브리핑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돌연 취소 결정을 통보했다. 기자들의 반발 등을 무릅쓴 시의 이례적인 취소 결정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결여된 소신행정'이 이천시를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를 두고 관변 안팎에선 "이천시가 '중리천 복원사업 계속추진이냐 아니냐'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게 아니라면 엄 전 시장의 기자회견 수위를 지켜본 뒤 입장을 내놓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그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눈치행정이 아니라 뭘 어떻게 하겠다는 단체장의 확고한 소신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천지역 한 인사는 "지역사회에선 아직도 중리천 복원사업에 대해 전면 백지화설과 함께 '아직 이르다는 유보설'과 중리천 인근 상인들이 원할 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나중 추진설'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 돌연 취소는 논란을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경희 시장 핵심 관계자는 앞서 "김 시장이 이 사업을 백지화 하겠다고 한 사실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했고, 시 관계자는 "조만간 경기도에서 중리천 복원 사업에 대한 실시설계 용역이 발주될 것"이라며 정상추진을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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