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민원 건의하기 바쁜 '시정질문'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조차 못하나"
"비판받고 싶지않으면 일로 증명해야"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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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의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그닥 곱지 않다. 당면한 지역 현안이나 갈등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의원들이 행사장엔 잘 보이는데 지역 현안 문제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아냥섞인 말도 나온다.

일단 지난 20일 열린 이천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만 봐도 그렇다. 의장을 제외한 8명 의원이 총 30건에 달하는 시정질문을 쏟아냈다. 이천국제서희컨벤션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질문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생활민원에 지나지 않았다.

'시의원이 시정에 대해 시장 등의 시 관계자에게 설명을 요구하고 그 의견을 묻는 일'이 시정질문이다. 시의원이 언제든 챙길 수 있는 지역구 생활민원 보다는 많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지역 현안 질문이 쏟아질거라 기대했지만 단 한건도 없었다.

정례회 개최 나흘 전인 지난 16일 각종 언론에는 김경희 시장이 '이천시립화장장 당분간 유보' '주민협의체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일제히 보도됐다.

이천사회가 발칵 뒤집힐 만한 사안이었지만, 이날 시정질문에선 의원 누구도 김경희 시장에게 해당 발언에 대한 진위를 묻지 않았다. 화장장이 어떻게 되는 건지 시민들은 몹시 궁금해 하고 있지만 의원들은 아무 관심 없는 모양이다.

지난 20일 이천시의회 정례회에서 시의원 8명이 시정질문한 내용들이다./이천시의회 제공
지난 20일 이천시의회 정례회에서 시의원 8명이 시정질문한 내용들이다./이천시의회 제공

비단 화장장 문제뿐만 아니라 이천문화재단 임원 낙하산 인사 의혹, 상인들이 반대하고 있는 중리천 복원사업, 갈피를 못잡고 있는 푸드플랜사업, 터미널 이전설, 늦어지고 있는 이천시 조직개편 등 산적한 현안 질문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사실 지역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미온적인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게 관변 안팎의 여론이다.

일부 의원은 이른바 '법카'를 써대가며 집행부 측 여러 부서와 잦은 간담회를 가졌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규정에 맞다면 '법카'는 쓸 수 있지만, 혈세로 마련된 자리에서 도대체 어떤 현안을 논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곧 있으면 시의회 입성 반년이 된다. 의원들은 선거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들에게 '금배지'를 달게 해준 민의를 어떻게 실천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듯하다. 시민들이 지역 현안엔 귀를 닫은 채 행사장이나 열심히 찾아다니라고 표를 주진 않았을 게다. 

"첨예한 갈등이나 민감한 현안을 외면하는 의원은 민의를 대변할 자격이 없으니 세비를 반납하는 것이 맞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비판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일로써 증명하면 된다. 세비는 꼬박꼬박 챙기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구별조차 못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부디 이런 시민들의 일침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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