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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때마다 약간의 '잡음'을 남긴 이천시가 "직렬을 타파한 파격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이른바 '셀프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공직사회에선 인사와 관련한 이례적인 셀프홍보에 의문을 품는 분위기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논란 차단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천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행정직의 전유물인 자치행정국장에 시 최초로 기술직을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공서열과 직렬을 우선시한 인사 관행을 타파하고 업무역량과 추진력을 갖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직 쇄신의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이천시 최초로 기술직인 최판규 국장에게 자치행정국의 수장을 맡긴 건 누가 봐도 파격적인 인사라 할 수 있다. 공직사회에서 관행을 깨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술직 관점에서 인사업무나 조직의 전반을 살피고 진단해 보는 것도 한번쯤은 시도해 봄직한 카드여서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장급 인사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했다는 소식은 파격인사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급조된 인사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안전도시건설국장을 맡은 지 5개월 만의 자리 이동은 업무의 연속성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들이 돌아왔다
자치행정 윤희동
소통홍보 이태희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신임 자치행정과장에 대한 관심도 컸다. 직전 과장이 일명 '5개월 짜리' 과장이었기 때문에 작년 8월 인사 당시부터 '누군가를 염두에 둔 인사다'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윤희동 과장이 다시 돌아오면서 예상은 깨졌다. 소통홍보담당관으로 간지 5개월 만의 귀환이다. 현직 중 자치행정과장을 두 번 한 사무관은 윤 과장이 유일하다. 공직에선 셀프 보도자료에서 언급한 '적재적소' 인사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날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소통과 홍보' 부서의 책임자론 이태희 호법면장이 낙점됐다. 가히 '발탁인사'라 해도 무방하다. 시정팀장 당시 정무적 감각을 익힌 것이 소통홍보담당관으로 기용된 주요 배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는 또 경험이 풍부한 심관보 자치행정국장을 현안사항이 많은 복지문화국에 투입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올해 공로연수 예정인 그가 스스로 다른 부서로의 이동을 원했다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어느 조직이든 각자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도록 그에 걸 맞는 책임과 권한이 부여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조직의 체계는 위태로워 질 수밖에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의 성립은 최고 권력자의 신임이 '한 쪽으로 쏠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새삼 느낀다.

'인사가 만사다' 이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일 잘하는 직원의 적재적소 기용은 공무원 조직에서 매우 중요하다. 자칭 이번 인사를 파격인사로 집중 홍보한 이천시청發 셀프 보도자료의 주인공 '최판규 국장'에게 거는 기대는 몹시 커졌다.

"맡겨보니 오히려 기술직이 더 잘 하더라" "그것 봐 안 된다고 했잖아" 둘 중 하나의 평가를 받을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어깨가 무거워진 '기술직 고참국장' 최판규식 이천시 자치행정이 빛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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