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별관 부악관 입주 사회단체
사무실빼 일방 지시에 '부글부글'
"이사하려면 최소 2주 이상 줘야"
논란일자, 시 "이사 늦추도록 검토"

서희신문DB.
서희신문DB.

이천시의 '일방통행적' 행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시가 시청 별관에 입주해 있는 사회단체들에게 13일 느닷없이 "이번주 금요일(17일)까지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통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일부 단체는 "이사하려면 최소한 2~3주는 줘야하는데 나흘 안에 방을 빼라고 한 것은 횡포 수준에 가깝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4일 서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이날 이천시청 별관인 부악관에 입주해 있는 4개 사회단체에 오는 17일까지 사무실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공문도 없이 전화나 시로 불러들여 전달한 내용은 최근 준공된 이천공설운동장 주차전용 건축물로 나흘 안에 짐을 싸서 이사를 가라는 일방적 지시였다.

부악관 2층에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이천시지회, (사)이천시 소기업소상공인회, 한국농아인협회 이천시지회 등 4개 단체가 입주해 있다.

시는 오는 3월 초쯤 예정된 대규모 조직개편을 앞두고 인력대비 부족한 청사 공간 확보를 위해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일환으로 이들 사회단체가 쓰고 있는 부악관 2층을 시청 본관 4층에 자리하고 있는 이천시공무원노동조합이 이사올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사회단체는 "다짜고짜 금요일까지 비우라고 한다"며 "이런 횡포가 어딨느냐"며 펄쩍 뛰고 있다.

나흘 안에 짐을 싸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세입자를 우습게 본 시의 '까라면 까는 식'의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황당하고 서럽기까지 하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또 다른 사회단체 관계자도 "한 2주 정도 이사할 시간을 줘야하는데 갑자기 비우라고 하니까 다들 난리"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시 재산관련 부서는 '이사 기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이미 한달여 전부터 이 같은 사항을 전달했기 때문에 부악관 입주 사회단체들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사회단체 측과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오는 3월쯤 공설운동장 건물로 이사가야 한다해서 공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 옮기는 장소의 임대료는 얼마인지 궁금했고, 이사 기간도 충분히 요구하려 했지만 아무 공문도 없었다"면서 "그래서 이천시가 주먹구구식 행정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재산관리 부서에선 부악관 청사활용 문제를 놓고 지난 1월 중순께부터 4개 사회단체 관련부서와 회의를 진행하고 공문도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련부서에서는 각 사회단체에 정식 공문이 아닌 이른바 '구두상' 이사문제에 관해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이사 일정이나 새건물의 임대료 등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아직까지 전달하지 않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이천시 조직개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고 공설운동장 건물 준공을 기다리던 상황이라서 (이사 일정을)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며 "부악관 입주 사회단체를 무시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단체들의 이사 기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다각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공서의 횡포행정 논란을 산 '금요일까지 사무실빼' 여진은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각 사회단체에 새로 입주할 사무실의 임대료는 얼마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공문이 언제쯤 전달될 지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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