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행사인가?... 물음 던져진 동민체육대회
"애국가, 묵념은 빼면서도 내빈 축사는 4명 할애"
"12시10분 출발" 논란에 소환된 김시장 다음일정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이천의 한 동민의날 체육대회에서 애국가와 선수대표 선서가 생략된 걸 놓고 뒷말이 나온다. 어르신들을 배려하기 위한 '의전행사 간소화' 차원이었다는 주최 측의 입장과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국민적 의식행사를 생략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일각의 주장이 맞서면서다. 논란의 배경에 행사 당일 김경희 이천시장의 다음 일정이 소환되기도 했다. 다른기관 로고가 새겨진 홍보용품을 경품으로 제공한 사실도 구설에 올랐다. 

7일 서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개최된 한 동민의날 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지 않았다. 체육대회인데도 선수대표 선서도 없었고, 호국보훈의 달인데다 현충일을 앞둔 상황인데도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도 없었다.  이천의 읍면동 체육대회에서 이 같은 절차가 빠진 건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다. 

주최 측은 뙤약볕에 서 계신 어르신들을 배려하기 위한 '의전행사' 간소화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는 진행했으니 이만하면 되지 않았냐는 식이지만 이들 일정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천만원 상당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아 동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에서 국민적 체육적 의례 절차를 생략한다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 

이날 참석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개회식은 비교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마을별 입장식(20분 소요)을 포함해 약 40여분에 끝이 났다. 애초에는 입장식에 30분을 할애하는 등 1시간 안에 개회식을 마치고 12시부터 점심시간을 가질 계획이었다. 

이랬던 계획은 체육대회 준비 과정에서 애국가와 묵념 생략, 그리고 입장식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변경되면서 약 10여분 정도의 시간 단축을 이끌어 냈다. 결국 개회식 일정 단축은 10분을 줄인 입장식에서 답이 있었던 셈이다.

익히 봐왔건데 개회식의 '민폐'는 일부 정치인들의 지리멸렬한 축사와 내빈소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축사와 내빈소개는 짧을수록 박수소리가 커지기 마련이다. 이날은 이천시장, 국회의원, 시의회 의장, 이천시체육회장 축사가 있었고 다행히 길진 않았다고 한다. 

주최 측은 해외 순방으로 참석 못한 송석준 의원의 축전을 대독하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1분 30초면 충분한 애국가는 빼면서도 축전 포함 4명의 축사는 챙긴 것이다. 축사를 반만 줄였어도 패싱당한 의전행사는 모두 다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국가 생략 논란은 김경희 시장의 다음 일정으로 옮겨 붙었다. 시장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개회식을 간소화하려 했다는 말이 나돈 것이다. 비서실 측은 체육대회 전에 '시장님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12시 10분 출발' 일정을 해당 동사무소에 알렸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것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됐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애초의 체육회 계획에 따라 12시에 개회식이 끝났다면 시장의 점심 식사는 물론 마을별 인사마저도 힘든 상황이 됐을 것이다. 만약 시장 일정이 애국가 제창 생략과 무관치 않았다면 "과연 누굴 위한 행사인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 경품도 뒷말이 나왔다. "경품을 받아서 포장을 열어 보니 다른 행사장 명칭이 새겨진 기념품과 홍보용품이어서 실망스러웠다"는 것이 뒷말의 배경이다. 해당 경품은 100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주최 측은 "시 홍보용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행여나 다른 행사에서 이미 사용하고 남은 용품을 취합해 경품으로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을 낳는다.

물론 잘 치렀다는 평가도 있다. 의전행사 간소화를 칭찬하는 의견도 있고, 행사 중 단체장들이 화재가 발생한 재난장소로 달려가 수습에 최선을 다한 것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빈약한 명분을 앞세워 1분30초면 충분한 애국가 제창을 생락하면서까지 일정에 쫓기듯 개회식을 마무리하고 폐회식마저 생략한 채 흐지브지 끝난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였냐"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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