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탄 바닥경제 심각 수준
소상공인, 생계 위협에 아우성
하이닉스 회식줄자 상권 썰렁
건설인력 대거 철수에 직격탄
지자체 정치권 대응책 나서야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이천경제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때보다 지금의 상황이 훨씬 어렵다"고 아우성 치고 있다. 빈점포는 속출하고 있고 내리막을 탄 바닥경기는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 때 방 구하기가 어렵다던 SK하이닉스 일대 '원룸'은 절반 가까이 빈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전화문의도 없다. 꽉차서돌아가던 A지역의 한 다세대주택단지는 월세를 대폭 내려도 손님이 없다고 한다.

택시 업계도 힘들다. 법인택시의 경우 손님이 30% 가까이 줄어 15시간은 꼬박 일을 해야 겨우 사납금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택시 기사에게 인사차 흔히 하는 말을 했다가 혼쭐이 났다는 사연도 전해왔다.

이병덕 소기업소상공인회장은 "택시 기사분에게 '요즘 재미 좋으시죠?'라고 물었는데 기사분이 대뜸 '지금 누구 약올리냐?'고 화를 낼 정도였다"며 "요즘이 IMF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음식업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음식점들도 일명 '잘되는 집 몇군데'를 빼곤 임대료 내기조차 버거울 정도다. 호황을 누려왔던 SK하이닉스 앞 아미리 상권은 인력 철수와 경기침체로 상황이 심각해보였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회식이 확 줄어든데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내 건설현장과 설비현장에서 일하던 수천명의 인부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일대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하이닉스 앞 상권에서 스크린골프샵을 운영해오던 A씨(50대)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상인들은 리모델링을 해서라도 손님을 유치하고자 했는데 심화되는 경영난에 그럴 만한 능력이 되지 못하자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이닉스 앞 일부 상인들은 "새로 지은 빌딩과 아파트가 밀집한 하이닉스 정문 바로 앞쪽의 상권은 그나마 나은편인데 구상권에 속하는 농협 뒤쪽의 상가 점포들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한 상인은 "이천시나 정치인들이 약속했던 하이닉스 앞 상권 전용 주차장만이라도 조성 된다면 작금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텐데 말만 무성했지 이뤄진건 없다"며 주차장 확보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하이닉스 앞 구상권은 비좁은 도로에 주상복합을 짓는다며 바로 앞 기존의 상가건물을 철거하면서부터 그나마 이용하던 유료주차장도 없어져 상인들은 하루하루 생계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이천은 유독 경기에 민감하다. 하이닉스가 웃으면 소상공인들도 덩달아 웃고, 하이닉스가 어려워지면 지역경제는 생계 위협으로 이어질 정도로 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도시다. 

하이닉스 앞 주차장 언제
이천IC 구조화 개선 언제
​​​​하이닉스 직원 '편의시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주차장을 마련해 주겠다" "하이닉스 앞 이천IC 이전ㆍ구조 개선" "하이닉스 직원 위한 휴식 및 편의시설 제공" 등 무수히 많은 공약을 쏟아 내놓고 있지만 그때 뿐이었다.

선출직에 당선되면 시민들의 세금으로 부여하는 수많은 권한과 혜택, 공무원들의 의전, 개인 사무실은 물론 직위에 따라 검은색 세단에 기사와 비서, 심지어 업무추진비와 월급까지 받아가면서 일한다.

이천지역 소상공인은 약 3만명에 이른다. 달린 식구까지 합하면 1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작든크든 이른바 '장사'를 통해 먹고 산다. 직위 높은 선출직들의 법인카드는 넓고 크고 비싼 음식점에서만 주로 긁힌다고 한다.

주택가 이면도로나 주요상권 뒤골목에서 아주 힘겹게 꾸려 나가고 있는 영세상인들의 사업자 통장에는 정치인들이나 행정관청의 법카에 의해 입금되는 사례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이병덕 소상공인회장은 이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은 너무 힘든데 지자체는 서민과 영세상인들의 살림살이엔 관심도 없고 오로지 축제나 지역의 얼굴 치장하는데만 신경쓰고 있다"고 일침했다. 

낮에는 조그마한 회사 나가고 밤에는 물류창고 알바 나가는 40대 초반의 가장이 우리 주변에 있다. 같은 또래의 한 용역업체 사장은 직원 2명을 정리하고 혼자서 일하는데도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이병덕 회장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생계 위협의 적신호가 하나둘씩 켜지고 있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며 "김경희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소상공인들의 부양책을 위해 힘써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용인에 이천보다 몇 배 더 큰 반도체클러스트를 조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우리 이천이 언제까지 의존만 하고 있을 것이냐"며 "지금부터라도 이천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이천이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SK하이닉스에 의존도가 높은 이천지역 소상공인들은 지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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