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사전 모의가 의심스럽다"
시장 "뭘 잘못했다고 모함하나"
여주지역 '양대산맥' 충돌 양상
권익위 조사 결과 따라 '후폭풍'

서희신문DB
서희신문DB

"이충우 시장의 '구두 지시사항'으로 (박두형 의원이 국유지에 식재한) 나무 이식비를 도와줘 '이해충돌법 위반을 초래하게 한 것은 사전 모의, 공모, 지시, 조작을 의심케 한 짜맞추기식으로 오인할 수 있는 정황이다.(중략) 박두형 의원의 메타쉐콰이어 나무 기증을 시비(예산)로 지원한 혈세낭비 건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최종 결과가 나오는대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등을 개최하고 나아가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주 부끄럽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어야하고, 또 제가 여주시장으로서 이렇게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지 시민여러분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우선 드린다. (중략) 20년 동안 큰 나무를 무참히 베버려야 합니까. 베서 없애버리는게 잘하는 겁니까. 일부 예산이 들더라도 적정한 지역에 옮겨 심어서 잘 키우는게 시장이 할 일 아닙니까. 그것을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모함을 하고 이렇게 합니까."(이충우 여주시장)

여주시를 들썩이게 만든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과 이충우 여주시장의 날이 바짝선 발언들이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제66회 정례회에서다. 지자체 양대산맥으로 일컫는 시장과 의장의 이날 '본회의장 충돌'은 역대급이란 지적이 나온다. 

둘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정 의장이 폐회사를 통해 시장과 의원의 '사전 모의' 카드를 꺼내들자 이 시장이 '모함'이란 강한 표현을 써가며 정 의장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사진제공/ 여주시의회 밴드
사진제공/ 여주시의회 밴드

둘의 충돌 배경에는 이번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뤄진 박두형 의원이 자신의 집 뒤편 도랑(구거 국유지)에 심은 20여 그루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등장한다. 지난해 이 나무들은 "농경지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인근 주민의 민원 제기에 의해 나무를 심은 당사자인 박 의원이 구거부지 관리청인 농어촌공사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뒤부터 수면 위로 부상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독촉공문까지 받았던 박 의원은 그해 11월 30일까지 원상복구 하겠다는 확약서를 농어촌공사 측에 제출했고, 이후부터 여주시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 의장의 주장에 따르면 원상복구 약속 14일 전인 11월 16일 수목 이식공사 입찰공고, 약속 8일 전인 11월 22일 공사업체 선정, 약속 이틀 전인 11월 28일 메타쉐콰이어 나무 이식공사 착공, 그야말로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여기에 투입된 여주시 예산은 4008만원. 시가 나무이식 공사를 발주하지 않았더라면 박 의원은 아마 자비를 들여 베어내던지 다른 곳으로 옮기던지 처리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박 의원은 돈 한푼 안들이고 자신의 민원을 해결한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지역 시민단체에선 "막대한 혈세로 박 의원의 민원을 해결해 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결정한 여주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 의원의 집 뒤편 구거에 심겨져 있던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국유지에 무단 식재된 불법나무였던 탓이다. 

그러나 이충우 시장은 "20년 이상된 나무라 한주에 200만원씩 한다더라. 우리가 박두형 의원한테 10원 하나 줬습니까. 이해충돌 방지법? 뭐가 위반이라는 겁니까. (중략) 우리 여주시민들을 괜히 오해하게 만들고, 잘 나가는 행정 뭐(?) 뿌리는 거 아닙니까"라며 되려 큰소리 쳤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우리 여주시의회 의원들과 여주시 행정, 정말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겠다. 올바른 지적 우리가 다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메타쉐콰이어 관련한 정 의장의나 시민단체의 예산낭비 지적이 올바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정병관 의장 '​​​​의발완박'... 발의권 박탈? '이해충돌방지법 전쟁선포' 동료 겨냥?

정 의장은 폐회사에서 '의발완박'을 강조했다.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장을 맡은 박두형 의원이 "의장 발의권을 완전 박탈 시켰다"고 해서 정 의장이 만들어낸 지방의회 최초의 표현이다. 의장은 감사 위원은 아니지만 위원장의 발언권을 얻어 감사에 참여 할 수 있다. 

그런데 박 의원은 부서별 감사 첫 시작부터 정 의장에게 "이번에는 행정사무감사가 끝날 때까지 감사 질의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었다. 그러자 정 의장은 "행감위원장인 박 의원이 행감 4일차에 진행될 메타쉐콰이어 관련 감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을 처음부터 원천봉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의회 안팎에서 '이행충돌' 논란으로 시끄러워지자 메타쉐콰이어를 다룬 산림공원과 감사에선 박 의원이 행감 위원장에서 물러나 이상숙 간사가 위원장을 대행한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단 10분의 발언권을 얻은 정 의장은 나무이식 공사 자체를 예산낭비로 규정하고 '윗선지시가 있었냐 없었냐'를 집중 캐묻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정 의장의 감사에 대해 일각에선 "결정적 한방이 없는 찻잔속 태풍에 불과한 감사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여론 때문이었을까. 정 의장은 폐회사에서 박두형 의원을 겨냥해 '의장의 의발완박'은 "고의적이고 의도적이며, 계획적이며, 악의적이며 행감 위원장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융단폭격을 가했다. 

정 의장은 한 술 더 떴다. 그것이 나중에 자신에게 어떻게 돌아올지는 모르겠으나 동료 의원들을 겨냥해 "다들 조심히해"라는 경고성 메시지 성격의 "이해충돌법과의 전쟁을 선포" 한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주시의원의 각종 겸직금지, 재산등록, 각종 이해관계에 직간접 연계되거나 이권개입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를 대비해 이해충돌법과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의원의 "직무수행의 공정성, 윤리성, 도덕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이지만 "부당한 영향력 행사 우려를 대비해" 동료의원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라는 물음표가 달린다.

공동선시민참여연대 밴드 캡쳐.
공동선시민참여연대 밴드 캡쳐.

여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쏘아올린 '메타쉐콰이어발' 논쟁은 여주지역 SNS(밴드)를 뜨겁게 달궜다. 공동선시민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자신들의 단체 명의로 운영하는 밴드에  "이충우 여주시장님께 공개 질문합니다"제목의 글을 통해 여주시의회 정례회 마지막날 이시장의 이른바 '격앙된 발언' 등에 대한 모두 14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아직 공식 답변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례회 폐회식에서 이충우 시장의 메타세쿼이어 이식 식재와 관련된 발언으로 많은 시민에 의혹이 더욱 확산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명분에서의 질문이었다. 해당글의 조회수는 26일 현재 417건이며 여기에 참여한 댓글수만도 85개에 이를 정도로 메타쉐콰이어 논쟁이 뜨거웠다. 

이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주제가 다소 엉뚱한 곳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메타쉐콰이어 이식문제로 촉발된 논란은 정가 관가를 넘어 여주지역사회 전반으로까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논쟁은 국민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커졌다. 

권익위는 올해초부터 박두형 의원이 국유지에 심은 메타쉐콰이어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를 뒤흔들 후폭풍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정병관 의장은 본회의장 폐회사를 통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고 선전포고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공동선시민참여연대도 권익위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에 '소문난 잔치에 역시나 먹을 게 없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 질 수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여주지역은 지금 메타쉐콰이어발 논쟁으로 시끄럽다. [서희신문 이러쿵저러쿵]

이충우 여주시장
이충우 여주시장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박두형 여주시의원
박두형 여주시의원

 

저작권자 © 서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