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단지 미 지정 '후폭풍'
전‧현직 시장 30분 간격의
급조된 기자회견 정치적?
한시민 '여야싸잡아' 비판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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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지역 정치권이 반도체 특화단지 미지정과 관련한 공방으로 뜨겁다. 해당 공방은 앞서 일부 시민들이 SNS(밴드)와 현수막 게 첨을 통해 '특화단지 이천탈락'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들은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된 안성시의 이른바 '성공사례'를 예로 들며 지역 정치권을 직격했다. 여건상 "안성보다 SK하이닉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이 특화단지로의 지정이 유리한 상황이었다"는 나름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김경희 시장, 긴급 언론 브리핑
"추가 공모때 지정되도록 노력"

이처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이천 탈락'에 대한 지역여론이 들끓자 김경희 시장은 24일 "추가 공모 때 이천시가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김 시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긴급 브리핑을 갖고 "지난해 10월부터 반도체전담팀을 신설해 특화단지 유치를 준비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천이) 민간투자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김 시장은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이천·화성 생산단지와 연계할 계획"이라고 지난 20일 밝힌 만큼 "연계 육성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김 시장은 또 시가 겪고 있는 중첩규제를 알리고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수도권 규제개선 활동에 앞장서는 한편 SK하이닉스와 중소반도체 기업들과 소통·협력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화단지 미지정'에 따른 여론이 거세지자 예정에도 없던 긴급 언론 브리핑을 열어 유감 표명과 함께 비전 제시로 '정치권 책임론'에 대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희 이천시장이 24일 오후 이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희 이천시장이 24일 오후 이천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엄태준 "송석준, 뒷짐지고 있었나?"
반도체특화단지 관련 성명서 발표

이런 가운데 엄태준 더불어민주당 이천지역위원장이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과 관련해 송석준 의원은 뒷짐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송 의원을 정조준했다.

엄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에서 "우리 이천시가 이번에 반도체 특화단지로 선정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부의 발표를 들어보니, 결과는 평택-용인 그리고 '이천'이 아니라 '안성'이었다"며 이천 탈락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황당하고 허탈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정부를 상대로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안성시 김학용 국회의원의 활약상을 집중 언급했다.

엄태준 더불어민주당 이천지역위원장이 24일 오후 이천시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엄태준 더불어민주당 이천지역위원장이 24일 오후 이천시청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엄 위원장은 "그런데 송석준 의원의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을 위한 노력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반도체특위 부위원장을 맡게 되었다고 자랑하던 송 의원이었으니 많은 노력을 했을텐데,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엄 위원장은 이어 "송 의원에게 이천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중하게 요구한다. 특화단지 공모사업에서 이천이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내용을 시민들께 하나하나 자세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엄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에 대한 송석준 의원의 구체적인 답변이 없으면 이번에 정부공모사업으로 진행되었던 반도체 특화단지 선정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겠다"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시민의 일침 "지역발전에 여야 따로없어"
엄 위원장 겨냥 "그 당시 뭐하고 있었나?"
송 의원, 입장 밝혔으나 '유감 표명' 없어

그러자 이날 SNS(송석준 밴드)에는 엄 위원장을 직격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민은 "엄태준 전 시장은 이천시민이며 민주당 지구당위원장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기자회견(성명서 발표)할 자격 있나요?"라며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국회 다수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그 인맥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없었냐"면서 "이천시 경제발전을 위해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왜 그 당시에 같이 협력하지 않았나"라고 일침 했다.

이에 앞서 송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밴드에 "특화단지에 이천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며 "이번 특화단지 지정에서 빠졌다고 반도체 도시로서의 위상이 저하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앙정부와 이천시는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변 인프라 확충과 용인, 청주 생산거점과 판교 등 지역의 연계기능 강화를 위한 도로, 철도 등 연계시설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전현직 이천시장과 송석준 국회의원.
전현직 이천시장과 송석준 국회의원.

이 같이 특화단지에 대한 공방이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천 정가의 시선은 "특화단지 이천 지정을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뭘 했는지 하나하나 밝혀달라"고 한 엄 위원장의 공개 요구에 송 의원이 답변할 지 여부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총선 전초전이냐"는 말도 나온다.

민초들이 제기한 특화단지 이천탈락에 대한 책임론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으면서 책임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24일 예고 없던 전‧현직 시장의 30분 간격으로 진행된 기자회견 역시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시장은 특화단지 미지정에 대한 유감표명 성격의 기자회견이었고, 엄 전 시장은 송 의원의 '역할론'을 직접 겨냥한 성명서 발표였지만 두 곳 다 급조된 자리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진정 이천을 위한 건지" "정치를 하고 있는 건지" 곱씹어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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