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국회의원 우회 비판 성격도
72일째 1인 피켓시위 '정부 비판'
최근엔 지역현안으로 '방향선회'

서희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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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준 전 이천시장이 지역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던 반도체 특화단지 '이천시 미지정'과 관련해 이른바 '셀프디스' 했다. "반도체 특화단지 미지정 죄송합니다" 문구가 적힌 피켓을 번쩍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이천이 특화단지로 지정 안 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김경희 시장과 송석준 국회의원을 겨냥한 우회적 비판이란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엄 전 시장은 무려 72일 간 1인 피켓 시위를 통해 정부 정책 등을 비판해 오다 최근 들어 지역 현안사항 비판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첫번째가 반도체 특화단지 이천 미지정에 관한 자신의 셀프디스다. 그는 딱히 이렇다할 해명 없이 전직 시장이자 정치인으로서 무조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엄 전 시장은 민주당 측 인사들과 특화단지 미지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 송석준 의원의 역할과 책임론을 직격한바 있다. 

그는 노골적으로 "특화단지 선정 위해 노력한 내용을 시민들께 하나하나 밝혀달라" "구체적인 답변이 없으면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하겠다"며 송 의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SNS(밴드)를 통해 "이런 성명서를 발표할 자격이 있느냐"며 더불어민주당 이천지역위원장인 엄 전 시장의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그러면서 시민은 "지역발전을 위해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왜 그 당시에 같이 협력하지 않았나"라며 엄 전 시장을 걸고 넘어졌다. 그야말로 뼈때린 일침이었다.

이천의 정치 역사를 소환해 보면 '여야가 따로 있었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시장과 국회의원이 소속 정당이 달라 애를 먹었던 사례도 비일비재 했다.

국비를 끌어들여 굵직한 현안사업이 해결됐다치면 정치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성과라며 생색내기 일쑤였다. 그 반대의 경우라면 '입꾹'으로 일관했던 기억이 난다.

혹여 일이 잘 안되었다 하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한 정치인에게 책임을 묻거나 손가락질 할만큼 야박한 이천시민은 별로 없을 게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거나 책임지기를 극도로 꺼려한다. 기껏해야 유감 표명 정도다. 어줍잖은 유감표명은 아니한만 못할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엄 전 시장의 '반도체 특화단지 미지정'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는 환영할만하다. "잘못에 대해 책임질줄 아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공개표명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일종의 '공세수단'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을 일러둔다. 진정성이 결여된 정치는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화단지 이천 미지정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엄 전 시장의 그 다음 피켓에 써 있을 내용이 궁금해지고 있다.

엄태준 전 이천시장의 1인 피켓 시위.
엄태준 전 이천시장의 1인 피켓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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