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에 이장 돼 올해로 17년 째
한 차례 경선 후 8선 째 사실상 추대
어르신들, 이장이 '손과발' 역할 척척
"아들이 따로없어, 든든하고 고마워"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내리 9선을 했다. 1973년생이다. 서른다섯 나이에 시작했으니 무려 '17년 이장' 경력이다. 최근에는 해당 면지역 이장단협의회장이 됐다. 애써 따지자면 지난 임기에 이어 이장단협의회장만 벌써 세번째다.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 누굴까? 바로 최윤혁(51) 이천시 대월면 대대리 이장이다.

SK하이닉스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대대리는 200여 가구 주민들이 모여 산다. 다세대주택과 전원주택이 혼재돼 있지만 대체로 농촌지역으로 분류된다.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최 이장의 부모뻘일 정도로 고령화 돼있고, 그는 마을 어르신들의 '손과 발'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농촌마을 특성상 이장에게 의지하며 사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다. 최 이장은 작년말 대동회에서 주민들로부터 "마을 일꾼이 되어 달라"는 부름을 받았다.

9선 이장 등극이다. 선출 절차는 밟았지만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었다. 서른다섯 나이에 시작해 9선에 이르기까지 표결을 거친 건 단 한번 뿐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농촌마을에선 내리 10년 이상 이장을 한 사람이 드물다. 그러함에 임기 2년의 10선을 목전에 둔 최 이장의 9선은 상징적인 일로 여겨진다.

마을에선 어르신들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하고, 면에선 이장단협의회장으로서 지역의 화합과 발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최 이장의 새해 다짐이다.

그는 "어린이들이 미래의 희망이라면, 어르신들은 우리세대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마을 일꾼으로서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잘 챙기며 마을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윤혁 이천시 대월면 대대리 이장./
최윤혁 이천시 대월면 대대리 이장./

마을회관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한 어르신은 최 이장에게 "아들이 따로 없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장에 대한 존중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어르신은 "최 이장님은 우리와 같은 노인들에게 참 고마울 정도로 궂은일 가리지 않고 잘 보살펴주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선 자식보다 더 챙겨주는 이장님이 있어 든든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이면서 고령화된 마을일수록 이장의 역할은 크다. '마을의 리더'인 이장의 역할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고, 마을 발전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최 이장은 30~40대 젊은 시절 대부분을 마을주민의 '공복'으로 살아왔다. 자그만치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마을과 함께해 온 셈이다.

"마을은 정치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다선 이장은 의미도 없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면서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하던 그는 "자신을 믿고 마을일을 맡겨주신 동료주민과 어르신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더욱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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