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억울해서 잠도 안 온다"

서희신문.
서희신문.

이천 A농협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해당 농협 조합장이 이사를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현수막 게재 문제'로 불거진 두 사람의 갈등이 결국 고소전으로 번진 상황이어서 농협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고소는 신중 했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A농협 B조합장이 최근 C이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에 앞서 경기지역 한 일간지는 지난 16일 "A농협 임원(C이사)이 흉기를 들고 객장에 나타나 고객과 직원들이 공포에 떠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A농협발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를 보면 "객장에 있던 고개과 직원들이 30여분 간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A농협 측 주장) "이사 승인 없이 플래카드를 왜 걸었냐. 이사가 우습게 보이냐. 오늘 둘 중에 하나는 죽는다" "흉기를 휘두를 것처럼 엄포를 놨다"(B조합장 주장) 등으로 요약된다.

졸지에 경찰조사를 받게 된 C이사는 "너무 억울해서 잠도 안온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현수막 제거용 막대기가 흉기로 둔갑되고, 하지도 않은 욕설을 했다고 하고, 흉기 휘두를 것처럼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며 "그날 농협 CCTV를 공개하면 사실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C이사는 당시 일간지에도 "예산 절감 차원에서 플래카드를 줄이는데 목적을 두고 플래카드 제거용 흉기가 달린 막대기를 구입했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농협을 방문한 것"이라며 "고객과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줬다면 미안하다. 다만, 욕설이나 협박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한바 있다.

B조합장과 C이사 간의 현수막 갈등이 불거진 이후 경찰에 고소한 사실까지 알려지자 A농협 조합원들 사이에선 "조합장이 임원을 고소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 신중하게 결정했어야할 문제였다"며 농협의 불협화음을 우려했다.

지난해 A농협의 홍보용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과 현수막 게재 비용은 약 3600만원으로, 다른 농협에 비해 2~3가량 많이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보궐선거로 이사가 된 C이사는 평소 B조합장에게 '현수막 남발' 게재 자제를 요청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둘의 갈등 이면에는 현수막 문제가 아닌 B조합장이 추진했던 '비상임조합장' 제도 도입을 C이사가 적극 반대하면서 갈등의 골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둘은 지난해 총회에서 부결된 이 문제를 놓고 최근 개최된 이사회 회의에서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B조합장의 고소장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16일 발생한 일 외에 다른 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B조합장과 C이사의 업무적 갈등을 뛰어 넘은 경찰 고소전으로, 전면 충돌양상으로 비화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B조합장과 C이사는 초등학교 동창지간이다. 

저작권자 © 서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