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 불법식재한 나무 원상복구 독촉받자
여주시, '나무기증' 명분에 4천만원 공사발주
A의원 "시에 이득 된다면 돈 들여 이식해야"
시민단체 관계자 "비상식적인 도둑 심보"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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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가 여주시의회 한 시의원의 개인사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시의원은 국유지에 나무를 무단 식재했다가 원상복구 독촉을 받자 이른바 '여주시에 나무 기증'이라는 꼼수로 자신이 부담해야할 개인 민원을 여주시 예산으로 해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시민의 혈세를 이용해 '손 안대고 코푼 현대판 봉이 여주시의원'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8일 서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지난달 24일 멱곡동 372의 1번지 국유지(구거)에 식재된 메타세쿼이아 나무 24그루에 대한 나무 이식 공사를 발주했다. 공사금액은 40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불법 식재된 이 나무들은 여주시의회 A의원이 지난 10여년 전쯤 심은 것으로 국유지 관리청인 농어촌공사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독촉을 받던 상황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8월 멱곡동 인근 주민이 여주시의회 홈페이지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 "시의원의 부도덕한 행위를 징계해 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공개됐다.

당시 청원인은 "현직 시의원이 무단으로 식재한 메타세쿼이아 수십 그루가 10미터 넘는 높이로 자란 관계로 햇볕과 바람을 막아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의원은 당시 "불법인지 모르고 둑 보호 차원에서 심었던 작은 나무가 이제는 너무 커지고 우거져서 (인근 농지에) 피해를 주게 된 것"이라며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민원을 접수받고도 조치를 안 한건 저의 불찰"이라며 "(제기된 민원에 대해) 조만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시는 A의원이 본인의 돈으로 처리했어야 할 원상복구 조치를 시 예산 4000만원을 들여 대신 해결해 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A의원이 국유지에 심은 나무를) 여주시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받아서 이식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다음주쯤 이식공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A의원이 불법식재한 '나무 기증'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른 건 지난 11월부터 본격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다.

여주시의회 A의원이 자신의 집과 맞닿아 있는 국유지(구거)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20여 그루를 불법 식재해 당국으로부터 원상복구 독촉을 받고 있던 가운데, 여주시가 최근 혈세 4000만원을 들여 이식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의원 집 마당에 쌓여 있는 메타세쿼이어 나무./
여주시의회 A의원이 자신의 집과 맞닿아 있는 국유지(구거)에 메타세쿼이아 나무 20여 그루를 불법 식재해 당국으로부터 원상복구 독촉을 받고 있던 가운데, 여주시가 최근 혈세 4000만원을 들여 이식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의원 집 마당에 쌓여 있는 메타세쿼이어 나무./
여주시 멱곡동의 한 국유지(구거)에 여주시의회 A의원이 메타세쿼이아 나무 20여 그루를 무단으로 원상복구 독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주시가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식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주시 멱곡동의 한 국유지(구거)에 여주시의회 A의원이 메타세쿼이아 나무 20여 그루를 무단으로 원상복구 독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여주시가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식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원상복구 독촉을 받아오던 A의원은 넉달 가까이 당국의 행정 명령을 미뤄오다 시의 이 같은 '혈세투입' 결정으로 자신의 고질민원을 해결한 셈이 됐다.

7일 이에 대한 해명을 묻는 기자의 전화 통화에서 A의원은 "더 좋은 기사거리도 있는데 하필이면 사람 흠집 내는 기사만 쓰는 것이냐"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메타세콰이어아 나무 이식공사에 관해선 "관광객(유치)나 여주시에 이득이 된다면 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이 심은 나무를) 이식해,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지난 8월 본지 인터뷰에서 "향후 3차 원상복구 촉구 공문에도 (A의원이) 응하지 않을 경우 고발 등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끝내 고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주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여주시 행정의 실수였다면 일정부분 이해되지만 본인이 저지른 불법을 본인의 돈으로 해결하지 않고 여주시 혈세로 해결하려는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도둑 심보 아니냐"며 당국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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