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라리 '화장시설반대' 비대위 전환
동의서에 서명한 임원, 총회서 '해임'
부필리 "주민 무시한 결정 원천무효"
한 이장 "사기 당했다" 심경 글 논란
"공모 신청자격, 주민갈등 조장한꼴"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주민동의 없는 구시리 화장장 결사 반대한다." 순탄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천시 화장시설 건립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설치후보지로 결정된 '대월면 구시리' 경계마을들이 "공모사업의 기본인 주민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며 화장시설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 뜻 반하는 동의는 무효"

18일 서희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송라리는 최근 대동회를 열어 화장시설 유치 신청 동의서에 서명한 마을 임원 4명을 해임시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화장장 건립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마을 회의를 통해 화장장 건립을 반대(부동의)하기로 결정했음에도 이장 등 마을임원 4명이 이를 뒤집고 동의를 해줬다"며 "마을의 뜻과 반하는 동의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반대 현수막 게첨과 함께 서명운동, 이천시청 앞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잘못된 민심으로 결정된 부지 선정을 반드시 철회시키겠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부필리는 대월면 곳곳에 "주민재산권 말살하는 구시리 화장장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이 마을은 "이장이 지위를 남용해 주민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대로 화장장 유치에 동의한다고 시에 서류를 제출했다"며 "주민의견을 무시한 부지결정은 무효"라고 목소리 높였다.

구시리와 인접한 초지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 마을은 오늘(18일) 저녁 마을 대동회를 열어 화장장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초지리 이장이 이천지역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현재 처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초지리 이장이 이천지역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현재 처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이 적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저는 멍청이입니다" 글 논란

앞서 초지리 이장 A씨는 지난 15일 이천지역 한 커뮤니티에 구시리 화장장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해당 글에서 A씨는 "어디다가 하소연을 해야 합니까? 주민동의 한명도 없었습니다. (중략) 대월면 8개 마을 이장님들은 이천시에 사기당했습니다"라고 적었다.

A씨는 이어 '이천시의 답변'이라면서 "잘 들어보고 사인했어야지요!"라는 말과 함께 "저는 멍청이 입니다"라며 동의서에 서명한 자신을 자책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올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화장장 건립반대를 분명히 한 부필리‧송라리 외에도 여러 경계마을이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마을주민대표 3명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한 것으로 공모를 추진한 이천시 행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화장장 공모 내용 어떻길래?

화장장 공모 내용을 보면 신청자격 가항은 '입지후보지 주민가구 70%이상 동의 가능한 지역', 나항은 '신청 리통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마을 개소수의 60%이상 동의가 가능한 지역'(행정 리통 기준)으로 명시돼 있다.

시는 이에 덧붙여 '단, 경계마을 주민대표 5명(이‧통장, 노인회장, 새마을협의회장 남‧녀, 기타 주민단체장) 중 3명 이상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논란이 된 부분은 경계 마을 개소수의 60% 이상(구시리의 경우 8개 마을 중 5개 마을 이상) 동의가 이들 각 마을 주민대표 3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해석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마을 대표들이 '화장시설 동의' 서명에 앞서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결정된 내용을 전달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마을이 설명회 과정을 거치지 않아 주민들 간 불신의 골만 깊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천시 대월면 부필리 주민들이 관내 곳곳에 '구시리 화장장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사실상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천시 대월면 부필리 주민들이 관내 곳곳에 '구시리 화장장 건립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사실상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경계 마을 개소수의 60%이상 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한 것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계지역 각 마을 주민에 대해선 몇 퍼센트 이상 받아야하는지 명시가 돼 있지 않다.

이천시는 이를 주민대표 3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나항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했지만, 주민들은 '나항과 단' 이 두 가지 항목 모두 부합해야 경계마을의 동의를 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주민은 "이천시는 또 다시 절차를 무시하고 인근 마을 이장 등 3명만 동의하면 그 마을이 찬성한 것으로 간주해 주민들을 속였고, 이장들은 주민들에게 상의 없이 모두 찬성한 것 마냥 꾸민 결과가 구시리 확정"이라며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시의 공모내용 중 경계마을 주민대표 5명에서 이‧통장과 함께 명시된 '새마을협의회장 남‧녀'에 대한 공식 직함이 잘 못 표기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을단위에선 '새마을지도자'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데 "시가 공모 서류에 면지역 회장직함을 표기해 행정적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화장장 유치 신청에 따른 공모 절차와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 만큼 건립을 반대하는 마을과 주민들을 상대로 최대한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난 12일 이천시립 화장시설 최종 후보지로 대월면 구시리 마을을 선정했다. 공모에 참여한 3개 마을 중 이천시 화장시설 건립추진위는 현장 조사와 심의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서희신문이 제작한 이미지./

 

저작권자 © 서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