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화장장 추진에 '공분'
주민들 '사후약방문' 일 순서 잘못돼
이모씨 '마을앞 화장터' 청원글 올려
구시리 일부 주민도 "신청 철회해야"

서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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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리 화장장'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대월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화장장 유치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사방이 뻥 뚫린 지역 한복판에 화장장 건립이 말이 되느냐"며 들고 일어나면서다.

화장장 문제로 촉발된 주민 갈등이 각 마을을 넘어 면전체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화장장 경계마을 8곳 중 부필리와 송라리는 이미 비대위를 꾸려 화장장 건립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면소재지이자 구시리 화장장 관문겪인 초지리도 반대 기류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구시리와 인접한 군량 1~3리도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유치 신청마을인 구시리조차 철회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대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젊은층들 사이에서 "화장장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화장장을 혐오시설로 인식해 반대하는 이도 많지만, 경계마을 주민들은 그보다도 '마을 임원 3명이 서명하면 그 마을전체가 동의한 것처럼 간주한 이천시 화장장 공모지침'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인접마을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이른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천시도 난감해하고 있다. 시는 우선 반대가 심한 마을별 전담 공무원을 편성해 의견 청취 등에 나섰지만 대체로 여의치 않다.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처사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일의 순서가 한참 잘못됐다"며 "경계마을의 동의를 받으려면 각 마을별 주민설명회를 반드시 실시할 것이란 단서를 붙였어야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갑자기 난리가 나니까 뒤늦게 주민설득에 나선 것인데, 이건 아니지요. 이천시는 왜 일을 거꾸로 합니까. 물류창고 하나 들어와도 대동회 열고 의견구하고 그러지 않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서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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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송라리는 총회를 열어 화장장 건립 반대 의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뜻에 반해 동의를 해준 마을임원 4명을 해임시키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서희신문 3월18일자 이러쿵저러쿵 보도> 

비대위를 꾸린 한 마을은 주민 설명회 없이 화장장 건립 동의서에 서명한 이장에게 마을도장과 통장을 반납받기도 했다. 사실상 해당 이장에게 '징계'를 내린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 주민은 구시리 화장장 추진과 관련해 '감사청원 마을 앞 화장터'라는 제목의 경기도민청원을 올려 20일 오전 10시 기준 794명의 동의를 받았다.

해당 청원인은 "부필리 초지리 주민들이 모르게 화장터가 들어온다. 산 속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화장터 위치가 집에서 너무 잘 보이고 가깝다. 그리고 마을 주민의 동의 없이 진행되고, 어떠한 설명도 없이 들어오는 게 합당하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마을 주거지와 너무 가깝고, 유족들이 수시로 들락 거리며 울부 짖을 텐데, 그 소리를 듣고 사는게 너무하다 생각한다. 또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화장장에서 냄새와 소음이 극심해 살기 힘들다고 한다"며 화장장 추진을 반대했다.

경기도민청원.
경기도민청원.

일각에선 "화장장 공모 당시 유치 신청마을 주민들에게 경계마을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조건을 붙인 것은 이천시의 행정편의 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고 있다.

이천시의 화장장 건립 추진은 이번이 세 번 째다. 조병돈 전 시장 시절인 2012년 철회한 단월1통과 엄태준 전 시장 시절 추진해서 김경희 시장 때인 2023년 취소한 부발읍 수정리에 이어서다.

모두 공모를 통해 유치신청을 받아 추진됐었지만 단월1통은 인근마을 주민들 반대로, 수정리의 경우는 최종 취소 명분은 '권한 없는 행정행위'였으나 인접한 여주시의 반대가 극심했던 탓도 있다.

"이번에도 실패로 끝나면, 지역에 꼭 필요한 화장장이 영영 못 들어 올수도 있다"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천시는 구시리 화장장 건립을 강행할 태세다.

반면 경계마을 주민들은 '화장장 결사반대' 현수막 시위와 유치 철회 서명운동, 법적 대응,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화장장 저지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모든 반대 움직임이 지난 12일 대월면 구시로 입지 선정된지 일주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결국 지역의 필수 시설로 일컬어지는 '화장장 건립'이 한 면단위 지역을 주민 갈등과 함께 파국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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